로키산맥 풍경
콜로라도 주의 서쪽 깊숙한 산악 지대에 위치한 애스펀(Aspen)은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해발 약 2,400미터에 자리한 이 도시는 로키산맥의 중심부에 있어,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선사한다. 특히 겨울철이면 순백의 설산이 마을을 감싸 안고, 여름에는 야생화와 울창한 숲, 청명한 하늘이 어우러진다.
애스펀의 시작은 은광 마을이었다. 19세기 후반 광산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던 시기, 이곳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로 붐볐으나 광산이 폐광되며 한때 쇠락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스키 리조트와 자연보호를 결합한 고급 휴양지로 발전하면서, 오늘날은 전 세계 부유층과 예술가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도시 전체가 산악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도심 어디에서든 장대한 로키산맥의 능선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마룬벨스(Maroon Bells)’는 애스펀을 대표하는 절경 중 하나로, 반사된 호수 위로 솟아오른 두 개의 봉우리는 많은 사진가들이 찾는 명소다. 이곳의 일출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경이롭다.
문화 예술 공간
애스펀은 단순한 자연 관광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곳은 미국 내에서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도 손꼽히며, 다양한 분야의 창작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스펀 음악 축제(Aspen Music Festival)’는 매년 여름 열리는 클래식 음악 행사로, 전 세계의 연주자와 청중이 한자리에 모이는 수준 높은 문화 행사다.
이 외에도 ‘애스펀 미술관(Aspen Art Museum)’은 현대미술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지역 예술가와 국제 작가의 작품을 두루 만날 수 있는 장소다. 전시 공간은 자연광을 활용한 건축으로 설계되어 관람 자체가 하나의 감상 경험으로 이어진다. 미술관 입장료는 무료로,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열려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문학과 건축,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적 담론이 오가는 ‘애스펀 인스티튜트(Aspen Institute)’ 역시 이 도시에 깊이를 더한다. 이곳에서는 포럼, 강연, 워크숍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며, 명사들의 토론과 지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진다. 자연 속에서 사유하고 토론하는 문화를 통해 애스펀은 휴양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사계절 레저
애스펀은 사계절 내내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이 가능한 점에서도 독보적인 도시다. 겨울철이면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애스펀에는 총 네 곳의 스키장이 있으며, 그중 ‘애스펀 마운틴’은 가장 유명한 코스로, 도심과 바로 연결되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전문가용 슬로프부터 가족 단위 이용객을 위한 완만한 코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여름이 되면 애스펀의 또 다른 매력이 드러난다. 하이킹, 산악자전거, 카약 등의 야외 활동이 가능하며, 특히 ‘캐슬크릭(Castle Creek)’과 ‘헌터크릭(Hunter Creek)’ 트레일은 도심에서 가까우면서도 로키산맥의 숲과 계곡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고도가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여름 평균 기온은 20도 내외로, 무더위 없이 쾌적한 활동이 가능하다.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과 노랗게 빛나는 아스펜 나무(도시 이름의 유래이기도 하다)들이 도시 전체를 따스하게 감싼다. 이 시기에는 드라이브 코스로 ‘인디펜던스 패스(Independence Pass)’가 특히 인기 있으며,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펼쳐지는 경치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이처럼 애스펀은 계절마다 다른 표정과 경험을 선사하며, 한 번의 여행으로 끝나지 않는 매력을 지닌 도시이다.